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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뽀에 성공하고 당장 다음날 출발하는 비행기를 사고 지금 삿포로에 와있다.
나의 20대 제 2막 시작을 self celebration 하기 위해 있는데,
사실 아직도 와닿지 않아서 어떻게 잘 작성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취준을 하면서 느낀것과 배운 것을 덜 까먹기 전에 글을 남기려고 한다.

미국에서 인턴을 마치고.
1년간의 인턴을 마치고 최종 후기를 적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뭐랄까, 꿈꾸다 온 것 같았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엄마 아빠와 인사하고 새벽에 인천공항을 빠져나오면서 내가 정말 집에 왔구나 싶었지만,
어제는 샌프란시스코의 오렌지 하늘, 오늘은 한국의 오렌지 하늘인게 현실감이 없으면서 먹먹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하고 싶었던 것들 하고, 먹고 싶었던 것들을 먹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한달을 보냈다.
그렇게 한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더 즐기고 싶었지만 한켠에 미뤄둔 취업을 빠르게 끝내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2월달 졸업 후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세가지의 옵션을 모두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 인턴십을 했던 B 회사 정규직 전환 (여러 이유로 매력적이지 않아 진행하지 않았다)
- 지인 추천으로 S 외국계 회사 들어가기 (최종 면접까지 봤지만 신입을 원하지 않아 떨어졌다)
- 미국에 머무는 동안 취업하기 (이것 또한 구글코리아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졌다)
경력에 공백기를 남기고 싶지 않던 나였기에 마음이 불안불안했다.
주위 사람들도, 나 스스로도 푹 쉬고 다시 해도 된다는 걸 알았지만, 그 이유들을 찾는 것이 회피같을 때도 있어서 마음은 계속 불안해졌다.
이러한 불안감이 인턴 최종 후기를 적는 것을 어렵게 했다.
그러지만 주된 이유는,
너무나도 잘해주었던 사람들, 세달이 지나도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레드우드 동네,
파랗던 하늘, 별자리 찾던 까만 하늘이 아직도 선해서,
슬퍼서,
떠나왔다는 걸 정리하고 싶지 않아서 정리를 못했다.
언젠가는 그날들의 기록을 아주 늦기전에 해보고 싶다.

취준 그 막막함.
앞에도 적었듯이 난 내 경력에 공백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좀 있어도 아무도 뭐라 안그러는데, 그냥 내가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생겨버린 이상, 짧게 하는게 나의 목표였다.
오,
생각했던 것보다 취업 시장이 심각해보였다.
주변을 봐도, 링크드인을 봐도, 신입, 경력 할 것 없이 채용 시장이 말이 안된다고 하는 불안한 말들만 가득했다.
특히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신입은 이 사회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보였다.
정규직 3년 경력 쯤 되어야 진정한 “주니어” 로 쳐주는 회사들이 가득했다.
가고 싶은 회사들은 채용 연계형 인턴이 아닌 체험형 3개월 인턴 포지션만 가득했다.
아무리 좋은 회사여도, 1년의 인턴 생활을 한 나에게 체험형 인턴은 썩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 공채들은 원래 그렇지만, 프로세스가 너무 길다. 12월에 최종 발표, 1월 말 쯤 입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교훈을 크게 얻은 후였기 때문에,
스타트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외국계, 대기업 등 가리지 않고 넣을 수 있는 포지션을 다 넣었다.
주위 사람들이 응원과 격려의 말을 많이 해주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시장이 나쁘지 않다, 넌 미국에서의 인턴십 경험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다,
준비해 온 게 많고 계속해서 열심히 해왔으니 넌 해낼거다… 등등
모두 고마웠지만, 사실 과정 중에 있을 때엔 어떤 말도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끝나고 나보니 순 취준 기간은 한달 반 남짓으로 생각보다 빨리(?) 끝냈지만, 과정 중에 있을 때엔 이게 과연 끝이날까 싶었다.
서류가 떨어지든, 코테에서 떨어지든, 기술, 인성 면접에서 떨어지든
붙을 때까지 계속해야하기에 생각보다 압박감이 더 있었다.
나 아직 준비할게 더 남았는데…?
항상 그렇지만 내가 100% 준비됐을 때 기회가 오는게 아니다.
나는 100%도 아닌 200%, 300% 준비해야 좀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만큼 준비하고 시도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특히, 한국 회사가 요구하는 것들은 원래 준비하던 외국계 회사와 사뭇 달랐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꽤 많았다.
그리고 난 그것들을 준비하기 위해 그냥 지원해버렸다.
시간이 타이트해야 내가 더 집중해서 준비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코테 공부 하나도 안하고 코테 보고,
컴퓨터 사이언스 공부 하나도 안하고 기술 면접 보러가고,
백엔드 포지션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감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백엔드 엔지니어로 뽑아달라고 면접을 갔다.
음, 정말 지금 생각해도 무슨 배짱인가 싶지만, 그때 그렇게 하는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직접 해보면 감이 빠르게 익혀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배운건,
내가 몇퍼센트 준비됐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 기회를 어떻게 잡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강력한 계획형이던 내가 상황별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 기회였다.
+) 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할 때 기회는 찾아오기에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솔직하게 기록해보자면 컴퓨터 사이언스, 코테 공부 더 해야만 한다.
전공자 사이에서 “기초”라고 불리우는 것들을 잘 준비하지 않은 나, 반성한다.
특히 이론 지식 같은 경우에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야하나 싶다.
알고리즘… 연습도 틈틈히 해야하는데 … 할게 끝이 안난다.
나는 최종면접에서 무엇을 잘했을까?
물론 운이 좋았지만,
나의 이번 면접에서 다음 면접(?)에 어떤 것을 들고 갈 수 있을까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링글 이승훈 대표님의 <기억에 남는 인터뷰(면접)> 글을 보고
나도 내가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들(= 면접관님의 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아이컨택하며 대화하기
자기소개 할 때부터, 내 경험 설명할 때 끝까지 아이컨택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온라인으로 면접 봤을 때 이 부분이 잘 안됐고, 긴장돼서 다른 곳을 더 많이 보기도 했는데,
대면 면접인 이상 아이컨택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면접관이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아이컨택을 잘 하는 사람이 자신감이 더 있어보이고, 진실하다고 느껴질 것 같다.
2. 저는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라고 어필할 때 경험을 자세히 말하기
내가 뛰어난 경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기술적으로, 이론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것들은 준비했지만, 그것들은 말 그대로 너무 기본이다.
객관적으로 똑똑한 사람도 아니고, 어떤 한 분야에 깊은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나만의 강점을 부각해야 했다.
나만의 강점을 몇 개 정리해보자면 이러하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 호기심이 많고 빠르게 도전한다.
- 코딩에 관심이 생겨 전과
- 학부생 때 한 프로젝트(프론트→백)
- 도메인이 없던 로보틱스 팀에 조인해 적응해 나갔던 과정
- 관심사가 넓어져 클라우드 팀에 조인
적극적이다.
- 잘 질문하는 법에 대한 연구 (질문 문서화, 모르는걸 최대한 쪼개기, 테스트 해본 케이스들을 데이터로 제공, 가정 덧붙이기 등)
- 많은 지시사항이 없더라도 스스로 기여하는 법 찾기
- 클라우드 팀으로 옮길 때 나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미니프로젝트 진행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 매니저와 1:1을 하며 지속적인 피드백 받기. 내가 right track에 있는지, 목표와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는지 확인
- 프로젝트 진행 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확인
빠른 환경 적응 능력
- 미국 인턴십
여러 일 prioritize 하기 ⇒ work estimation( 언제까지 끝낼 수 있는지)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 커스터머에게 약속한 것 이 있다면. 무조건 타임라인 맞춰야 함
- 다른 팀에게 영향을 끼치는 작업
- 팀 내부적으로 고치면 좋은 것들
이런식으로 면접 보기 전에 이렇게 나의 강점들을 하나씩 생각해보며 관련 예시들을 최대한 생생히 떠올리고 적어두었다.
최종 면접 들어가기 전에 이 리스트를 계속 읽어봤고 큰 도움이 되었다.
3. 솔직하게, 너무 경직되지 않은 어투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다행히, 최종면접을 본 면접관 분이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더 “대화” 하듯이 면접 보고 싶다는 나의 욕심을 실현할 수 있었던 듯 하다.
최대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지 않더라도 말하고 싶었던 것을 자연스럽게 확장하고 엮어서 이야기했다.
너무 경직되지 않은 어투를 잘 사용한 것 같다. 외우고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나” 임을 강조하고 싶었다.
“저는 어떤 기술 혹은 상황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를 어필하는 중이었다.
여기에서 최대한 진실성 있게 말하고 싶었다.
모두가 말하는 인재상에 날 끼워 맞춘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저는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하지만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호기심이 많다는 말이랑 모르는게 많다는 말이랑 같은 것 같아요 하하하하. (진짜 웃었다)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하나를 찾아보고,
그 하나를 이해하다 모르는게 여러개 생겨서 계속해서 찾아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면접관님께서도 나의 이런 솔직함에 깊이 공감해주시고 맞장구쳐주시면서 한참 서로 모르는 거 자랑 타임(?)을 가졌다.
4. 회사, 혹은 기술에 대한 관심 보이기: 질문하기
면접 중에 자연스레 적극성을 어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정도 면접 분위기에 적응하고, 맥락을 크게 해치지 않은 선에서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다.
- ~~한 기술을 현재 이 회사에서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요?
- 아키텍쳐에 대한 합의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 데이터 관리(보안, 소프트/하드 delete 등) 실제로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등등,
기술적인 질문부터 비즈니스적인 질문 모두 최대한 하려고 했다.
내 질문이 맥락을 살짝 벗어날 것 같으면, 면접관님께 질문해도 괜찮을지 여쭤보고 질문했다.
내 질문이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뭐 어때! 라는 마인드로 궁금한 것들은 모조리 질문했다.
기업이나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잘 보였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취준 끝나니 어때?
사실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안난다.
분명히 준비할게 더 많다고 생각했고, 내가 생각했던 것의 20%만 하고 끝난 느낌이다.
욕심인 거 알지만,
공부해야할게, 또 공부하고 싶은게 너어어어어어어무 많다.
정말 언제 다 하지? 싶을 정도로.
회사 들어가고, 일하면서, 시간을 쌓아가며 차곡차곡 다 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다. 이렇게 적극적인 마음일 때 공부하고 싶은거 다 기록해야 한다.
첫 출근일까지 한달간의 해피 백수 생활도 마음껏 누려야겠다.
여행도 다니고, 수입 제로로 미뤄놨던 쇼핑도 하고, 쾌청한 가을 날씨 행복하게 만끽해야겠다.
그 외에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밴드 보컬 활동도 다시 하고 싶고, 드럼도 배우고 싶고, 기껏 늘려놓은 영어 실력 잃지 않을 수 있는 활동도 하고 싶다.
언제 다 놀고 언제 다 공부하지?
그렇지만 늘 그랬듯 난 다 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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